2024년 8월 1일 목요일

1주차 합작은 개인작이다

나는 여러번 합작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합작과 맞지 않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다.


합작이라 하면 흔히 다른 사람과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합성계의 합작은 그 정반대이다. 자기들이 만든 짧은 부분을 이어붙힌 것 뿐이다.
실제로 마감만 지키면 그 내용물은 어쨌든 간에 통과되고, 보통 피드백은 올라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합작에 정이 떨어져서이다.
전에 합작 파트를 잡는데 선착순이 아닌 참가자 협의형인 합작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이미 잡힌 파트에 이름을 올렸고, 구상 아이디어들을 브레인스토밍 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파트를 잡은 사람이 이미 구상이 끝났으니 파트를 잡지 말아달라고 했다(당시는 아직 마감 시작 전, 파트 협의기간이었다).
나는 선착순이 아니라 협의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했지만 누군가 먼저 잡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게 아니겠느냐 했다.
물론 분명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다면 협의를 하지도 않고 파트를 선착순으로 결정한게 아닌가?
결국 나는 그 합작에 정이 떨어져 누가 어떻게 만들든 신경쓰지 않고 내 파트만 알아서 만들기로 생각했다.
분명 나만 합작에 정이 떨어진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 마감을 어겼기 때문에, 누군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누군가 대처를 못 했기 때문에 정이 떨어질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자존심 부족과 과다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저 사람은 듣지 않겠지.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내가 고쳐야지. 이런 것이다.
전자는 보통 올비 상대로 뉴비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내가 감히 저 사람의 피드백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 부분을 고치면 좋지 않을까? 같은 말을 꺼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 올비를 무서워하며, 실제로도 올비들이 뉴비들의 피드백을 달가워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하든, 고의로 뭔가 숨겨넣든 빼든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다.

후자는 그 반대다. 보통 내가 아님 누가 피드백하겠어 마인드로 이 부분은 음압이 쎈데 베이스는 약하고 가사는 좀 더 명확해야 하고 컴프레셔를 0.1만큼 더 주고 여기 3프레임만 나오는 모션그래픽에 그래프를 더 쎄게 주고...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피드백하면서 파고들거면 그냥 자신 스타일 mk2를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심한 경우에는 제출본에 당사자 협의 없이, 통보 없이 수정을 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까지 파고드는게 그들 입장에선 재밌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도 불완전하다. 가르치기 전에 본인부터 시각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번째는 무관심이다.
위의 여러 일들을 겪은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합작에 무관심하다. 그들에게 합작은 메들리가 좋으면/주제가 좋으면, 그냥 기한 있는 개인작을 만드는 장소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든 관심 없다. 관심을 주면 괜히 귀찮아진다.
자기 할 일만 제때 끝내면 터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타인과 '합작'이라는 관계성으로 묶일 수 있다.
그저 그런 것 뿐이다.

결국 합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그들의 사회적인 파티이다.
그들의 파티에선 그들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혼자 다른 사람들이 무관심한 합작에 괜히 불태우거나, 다른 사람들이 열중한 합작에 무관심하면 불청객으로 존재하게 될 뿐이다.

미안하게도 나는 사회의 암묵적 규칙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합작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이다.
내가 합작에 별로 참가하지 않아서 짧으면서도 그 우여곡절은 길고 긴, 합작기행담은 많지만 다 쓰기엔 분량이 과다함으로 언젠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이번 주제인 합작에 관해서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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