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일 목요일

5주차 잃어버린 합필을 찾아서

제목은 이렇게 썼지만, 합성-필수요소, 이하 합필에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저 버린 것이다. 합필은 말 그대로 죽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합필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하며, 그 기반이 되는 그 시대의 인터넷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약간 하려고 한다.

https://namu.wiki/w/%EB%8C%80%ED%95%9C%EB%AF%BC%EA%B5%AD%EC%9D%98%20%EC%9D%B8%ED%84%B0%EB%84%B7%20%EB%AC%B8%ED%99%94

https://namu.wiki/w/%EB%94%94%EC%8B%9C%EC%9D%B8%EC%82%AC%EC%9D%B4%EB%93%9C/%EC%97%AD%EC%82%AC 

https://namu.wiki/w/%ED%95%A9%EC%84%B1%20%EA%B0%A4%EB%9F%AC%EB%A6%AC/%EC%97%AD%EC%82%AC

나무위키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디시인사이드/역사, 합성 갤러리/역사 문서도 읽는 것을 추천하지만 읽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필수요소라는 단어는 역사가 깊어 PC통신 시절부터 유래된 단어로, 합성 갤러리가 2002년에 만들어졌지만 당시엔 합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고, 2007년 이후부터 합필이란 단어가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0년도에 컴퓨터에 취미를 갖던 사람은 그 당시 10대, 20대 이상인 사람들, 지금은 3040 이상의 거의 우리 부모님에 가까운 세대라는 것이다. 그런고로, 신세대 입장과 인터넷을 다루는 감각이 다르며, 현재와 전혀 다른 인터넷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일례로, 정확히 20년 전의 합성 갤러리 글을 가져와봤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omposition_dc&no=41703

이 때는 아직 합성 문화의 초기 단계로 사진합성이 주류였다. 또한 그 당시 필수요소 취급받는 싱하는 지금 한국에서 합성을 하는 사람들의 80%는 모를 소재고, 댓글들 또한 현대 인터넷상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을 법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이른바 '틀딱체'라고 한다.

즉, 필수요소의 사망은 '신세대와 구세대간 감각이 다른데 동일한 명칭을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필수요소 단어 자체의 문제이다. 소재는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필수'요소는 합성에 들어가는 소재를 한정함으로서 이 소재들만이 합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그 때 당시엔 인터넷 문화의 초창기였기 때문에 사진 합성이라는 마이너한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이 적었고, 유행이나 자료 또한 적어 TV에 나오는 연예인, 영화, 웃긴 사진 등만이 필수요소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분매초마다 영상, 음원, 사진, 모든 매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고 있고, 모든 것에 반감을 느끼는 프로불편러라는 말도 나오는 마당에 모두에게 공감을 받는 '필수요소'란 나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세번째는, 현 시대의 합필 방향성의 문제다. 기존의 소스도 잘만 쓰면 오래 쓸 수 있다.
하지만 10년 전의 소스로 10년 전의 기술만 써서 10년 전의 곡을 만드는 것은 식당으로 따지면 40년 전통 원조 할매집의 비법소스만 들고 훔쳐서 식당을 차려놨는데 정작 원조 할매집 메뉴가 호불호 갈리는 홍어집이었던 느낌이다.

이해가 안되는 합숭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유행 다 지난 소재로, 전혀 모르는 리겜곡이나 들고와서, 사운드 온리로 만드는 것은, 지금 고평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금 TV에서 뉴스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유튜브에 컨텐츠가 넘쳐나는데 굳이 20년 다 돼 가는 소스를 쓸 이유가 없다. 전혀 모르는 리겜곡도 잘 만들면 좋은건 맞지만 유행하거나 우리가 보편적으로 아는 곡들이 5만 7천곡도 넘는다. 애니소스로 사운드 온리 잘 뽑는 사람 차고 넘쳤다.

네번째 이유로, 과도한 사회적(=불근신) 소스 사용이다.
물론 사회적 이슈가 된 소재를 사용하는건 지금이나, 일본이나 다른 국가와도 같다. 그러나 한번 합필화 된 후에는, 그것이 아무런 반감 없이 합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적 메세지를 띄우든, 지역비하를 하든, 그냥 비하를 하든, 합필이니까 당연한거 아님? 이게 디씨스러움 아닌가? 진짜 MvM에서만큼은 디씨 말투로 막 안나가려 했는데, 같이 사회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특히 많은(정말 많다, 두번 강조함, 나도 포함해서) 합성계에선 이런 점이 진입장벽이 되고, 쉽게 비난받는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뭐가 문젠데 욕하냐? 팩트는 사실이라는거임 같은 태도로 내부에서는 감싸돌면서 오히려 점점 진입장벽을 높히는 경우도 존재하며, 노무현 합성 또한 이에 해당된다.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들면서 점점 양극화되며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안티와 팬덤을 굳건히 만드는 것이다.
자세히 쓰자면 이걸 따로 써야 할 정도니 이건 이쯤하고.

마지막 이유로, 합필을 자청하는 사람들에 의한 합필의 변질이다. 합필은, 위의 예들로 알 수 있듯이, 그냥 옛날부터 사용되던 즈언통있는 소스들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다수의 인정을 받는, 그 당시 시대 유행소스들의 집합, 그리고 전통을 한 25%정도 첨가한, 요소들의 집합이다.
그럼에도 10년대 중반, 티비플이 살아있던 시절에 티비플과 합갤의 갈라치기, 씹덕 배척등으로 인해 티비플에 대한 인식, 반대로 티비플이나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입장에서는 합필의 인식이 악화되었다.

악화라기보단 정확히 말하자면 정형화되었다. 합필=^옛날소재코퀄사운드온리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이미지가 고착화됨에 따라, 필수요소들도 더 이상 추가되지 않았고, 합필은 원래 사진합성에서 시작, 음원합성과 영상합성, 그림, 만화, 플래시 게임 등 다양한 분야가 있었으나, 현 시점에서 합필을 자청하는 사람들은 거의 음원합성에만 열을 쏟고 더 이상 다른 작품은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2016 이후의 합필리를 절대 좋게 보지 않는다. 합필리는 진작 끝났어야 했다. 그 시점에서 합필은 사실상 죽은 것이다.
여담으로, 합캉스는 좋았다. 하지만 '합필갤'을 위시한 것에 비해선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합필을 그만두지 않는다.

사실 나는 현대에서 '일부' '합필의 후계자를 자청'하는 자들을 부정적인 눈길로 볼 뿐이지, 합필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선 이렇게 글을 쓸 정도로 흥미가 있다.
복고풍, 레트로 감성이란 것이 있다. 과거의 디자인들을 모방해서 내가 그 시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디자인, 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을 일컫는다. 나 또한 합필의 과거에 대해 좋든 나쁘든 추억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은 해도 나름대로 합필에 대해 존중하고, 그 미래에 대해서는, 뭐 서두에 써놨듯이, 음.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맺으려고 했는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나는 합필에 대해 아주 상세한 당사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분명 합필갤의 아주 일부 시절을 겪었고, 합필갤산 음원 합성을 정말 많이 들었으며, 좋아하는 제작자도 있었다.
내가 합성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분명 합필에 대해서 최소한 한 개는 써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게 쓴 것 뿐이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해도 합필을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댓글 1개:

  1. 특정 장르의 소재집합으로 취급되는데 정작 그 이름에는 장르의 특이성이 나타나지 않는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최근의 이호성처럼 각 합필 소재들의 개별적 발굴과 확장을 개인적으로 참 좋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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